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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1] 웹표준을 지켜야 하는 이유

[표준1] 웹표준을 지켜야 하는 이유


김중태문화원 1기 블로그(http://www.dal.co.kr/blog/archives/) [갈래: col] 2005년 04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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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표준에 관해 몇 번으로 나누어 글을 올리고자 한다. 몇몇 사이트에 가보면 여전히 웹표준과 브라우저를 구분 못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첫 번째는 웹표준을 준수해야 하는 이유를 주제로 삼았다.

 

 

(1) 익스플로러도 표준을 잘 지키는 브라우저다.

 

익스플로러에서는 잘 보이는데 불여우에서는 깨지는 사이트 논쟁을 하면서 꽤 많은 사람들이 시장을 장악한 익스플로러에 맞게 개발해야지 소수인 불여우 사용자까지 배려할 이유는 없다고 말한다. 이런 말을 하는 개발자는 표준을 정한 이유나 표준의 뜻도 모르는 사람이다.

 

익스플로러도 웹표준에 맞게 개발된 사이트를 그대로 보여주는 웹표준 준수 브라우저고, 불여우도 웹표준에 맞게 개발된 사이트를 그대로 보여주는 웹표준 준수 브라우저다. 다시 말해서 웹표준 사이트라면 익스플로러에서나 불여우나 기타 브라우저에서도 다 잘 보인다.

 

 

(2) 웹표준과 브라우저는 구분하자.

 

많이 쓰는 브라우저가 사실상의 웹표준 아니냐는 식의 주장 또한 웹표준과 브라우저를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웹표준은 웹에 대한 표준이지 브라우저에 대한 표준이 아니다. IT종사자라는 사람들이 웹과 웹을 여행할 때 쓰는 이동수단인 브라우저도 구분 못한단 말인가?

 

도로로 비유하자면 현대에서 만든 승용차가 대부분이므로 승용차에 맞게 표준도로를 바꾸자고 하는 꼴이다. 소수인 트럭, 버스, RV차가 도로폭이 좁아 못 다니겠다고 비판하면 사실상 차의 표준인 승용차에 맞게 도로를 설계해야 한다면서, 도로 개선 대신 차를 바꾸라고 하는 꼴이다.

 

 

(3) 웹사이트는 도로, 브라우저는 이동수단인 차에 해당한다.

 

도로는 표준대로 설계해야 한다. 그 도로 위에는 현대 승용차도 다니지만, 쌍용승용차, 현대트럭, 오토바이, 장애인전용차, 소방차와 같이 다양한 차들이 다니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사는 방식이 틀리고 직업이 틀리기 때문에 차의 종류도 다양하다. 그래서 아이들을 위한 통학버스도 있고, 장애인차며, 소방차며, 승합차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차들이 다녀야 할 길로 갈 수 없다면 그 길을 잘못 설계했거나, 제대로 설계했는데 설계대로 안 만든 사람이 문제인 것이다. 소방도로면 표준에 맞게 만들어야 소방차가 지나갈 수 있다. 그런데 길 넓히는 비용 아깝고 빨리 길을 만들어야 한다는 이유로 소방도로를 자기 집 승용차만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좁은 길로 만들어버리면, 불났을 때 그들 가족부터 모두 타죽을 것이다. 그래서 소방도로는 소방도로 표준에 맞게, 간선도로 지방도로 국도 고속도로는 해당 도로 표준에 맞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웹사이트도 표준에 맞게 만들어야 한다. 그 사이트를 익스플로러를 타고 다닐 수도 있지만, 불여우를 타고 다닐 수도 있고, 장애인 전용 브라우저나 PDA 전용 브라우저를 타고 다닐 수도 있다. 익스플로러라는 자동차(배가 더 적합한 비유겠지만)에 맞추어 설계해놓고 장애인이나 PDA사용자보고 브라우저를 PC용 익스플로러로 바꾸라고 강요하는 개발자는 근본적으로 자세가 잘못된 것이다.

 

 

(4) 돈을 핑계 대면 구차한 변명이지만, 표준을 안 지켜도 된다고 주장하면 무식이다.

 

돈이나 시간부족으로 소방도로를 넓고 튼튼하게 만들지 못했다는 것은 변명이라고 말하지만, "소방도로나 간선도로를 왜 넓게 지어야해? 대부분의 차가 승용차니까 승용차만 드나들게 도로를 지어도 되지."라고 말하는 인간은 무식한 인간이라고 말한다. 이런 인간이 도로를 설계하면 불 끌 때도 승용차에 물통 실어서 꺼야 하고 단체관광도 승용차 수 십 대로 해야 한다. 세상의 어떤 개발자가 제품을 만들면서 KS나 ISO 표준을 안 지켜도 된다고 주장하는가. 실력이 없거나 나쁜 마음이 있으니까 못 지키는 것 뿐이다.


마찬가지 이유로 시간이 없어서 웹사이트를 표준대로 만들지 못하고 편법으로 만들었다는 것은 변명이라고 말하지만, "익스플로러에 맞추어 웹사이트를 설계해야지."라고 말하는 인간은 무식한 인간인 것이다.

표준에 맞지 않게 도로나 다리를 설계하면 곡선을 돌다 버스가 전복되기도 하고, 성수대교처럼 다리가 내려앉기도 하면서 수 많은 사람의 생명을 잡는다. 웹사이트 역시 표준에 맞지 않게 설계하면 누군가 피해를 보기 마련이다.

 

 

(5) 개발자는 자신의 가족이 익스플로러를 쓰지 못하는 경우를 고려해야 한다.

 

앞으로는 모든 관공서, 은행, 교육, 병원 진료도 웹에서 이루어진다. 자신의 동생이 지체장애인이고 매킨토시로 집에서 편집일을 한다고 하자.(실제로 디자이너나 개발자 중에 장애인 많다.) 부유하지 않을테니 겨우 매킨토시 하나 구입해 쓸 것이다. 그런데 그 동생이 익스플로러만 들어갈 수 있는 사이트 때문에 은행 일도 못보고, 병원 사이트도 사용하지 못하고, 관공서 업무도 볼 수 없어 휠체어 이끌고 은행이며 관공서까지 가야 한다.(이것은 현재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그래도 당신은 'PC 구입해서 익스플로러 깔아 쓰면 되지?'라고 말할 것인가?

 

그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 인도나 공공도로에 계단이 많고 휠체어운반시설이 부족하다고 투덜대는 장애인에게, 몇 천 만원 짜리 계단 올라가는 전동휠체어 구입해 쓰라고 권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 현실에서 대부분의 장애인은 매킨토시로 관공서 사이트를 들어가지 못하면 손으로 휠체어 밀고, 주변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면서 머나먼 관공서까지 다녀와야 하는 처지다. 이것이 바로 표준이 뭔지도 모르고, 다양한 사용자에 대한 배려가 없는 IT 개발자가 주는 결과다. 그런데도 표준을 왜 지키냐고 떠들 것인가?

장애인 중에는 리눅스로 만든 장애인용 단말기로 웹을 사용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으며, 누구에게나 장애는 예고 없이 오므로 자신의 가족이 그 가운데 포함될 수도 있다. 그때서야 왜 우리나라 웹사이트가 표준을 지키지 않느냐고 울분을 토할 것인가?

외국에서 왜 웹표준을 지키는 모든 브라우저라면 사이트 이용에 문제 없도록 설계하고 개발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 이유로 PC와 익스플로러를 쓰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웹표준을 지키도록 개발된 브라우저로 사용할 수 없는 사이트를 개발한 개발자는 그래서 반성해야 하는 것이다.

음식을 만들 때는 자기 가족이 먹는다는 생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한다. 그렇지 않은 사람은 불량재료로 대충 음식을 만들어 남에게 피해를 준다. 집을 지을 때도 우리 가족이 살 집이라 생각하고 만들어야 좋은 집이 나온다. 그렇지 않으면 불량 재료로 집을 대충 지을 것이고, 삼풍백화점처럼 수 많은 사람이 죽어간다. 웹사이트나 프로그램 또한 내 가족을 생각하며 만들어야 한다.

 

 

(6) 일반인 수준의 IT실력을 가지고도 명함에는 IT개발자라고 쓰고 싶은가?

 

일반인이 '남들처럼 자동운전면허증을 따서 오토 승용차만 몰면 된다'고 말하면 아무런 문제가 안 된다. 하지만 버스운전사나, 레이서, 자동차개발자가 오토승용차만 몰아봐도 멋진 트럭이나 레이싱카 운전하거나 만들 수 있다고 말하거나, 도로설계가나 토목기사가 '일반인이 대부분 승용차 타고 다니는데 고속도로나 소방도로라도 승용차만 다니게 대충 만들면 되지.'라고 말하면 자질이 없다고 말한다.

 

소위 IT개발자나 웹디자이너라는 사람들이 '불여우는 일부 IT 종사자나 쓰지, 일반인은 쓰지도 않는데, 왜 그런 브라우저 쓰면서 웹표준 지키라고 외치는지 몰라. 그냥 익스플로러 사용하면 되지.'라고 말한다. 이는 스스로 일반인 수준의 IT실력 정도임을 자백하는 말이다. 불여우나 사파리라는 신제품을 써보고 해당 브라우저의 장점을 수용해 사이트나 자신들이 개발하는 애플리케이션에 반영할 생각은 안하고, 남들 다 쓰는 익스플로러 쓰면 될 일이라고 말하면 무엇을 새롭게 개발할 것이 있는가. 도대체 무엇을 벤치마크 하는 것인가? '복사하기와 붙여넣기 신공'은 일반인이 구사할 무공이지 개발자가 구사할 무공은 아니다.

 

개발자로 성공하고 싶다면 남보다 앞서 불여우를 사용해보고 익스플로러나 불여우보다 뛰어난 프로그램을 개발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개발자라는 명함이 부끄럽지 않을 것이다.

 

 

(7) 표준 준수는 개발자나 디자이너의 기본 자세다.

 

일반인이라면 도로나 자동차 부품의 규격에 대해서 관심을 가질 이유도 없다. 직경 몇mm 나사를 사용하는지, 어느 정도 하중을 견디게 도로나 다리를 설계해야 하는지 알아야 할 필요가 없다. 그저 승용차 운전만 하면 된다. 하지만 개발자라면 부품의 표준과 비표준이 무엇인지 알아야 하며, 자동차나 도로가 어느 정도의 하중을 견디는지, 도로의 코너면 경사도는 몇 도로 설계해야 하는지 등을 알고 표준에 맞게 설계하고 만들어야 한다.

 

웹표준을 만든 이유가 무엇이며, 왜 웹표준을 지켜야하는지 아직도 모르겠다면 나는 공부 안하는 개발자요, 아무 부품이나 넣어서 자동차와 다리를 만들겠다는 무책임한 개발자이며 기획자임을 고백하는 것이다. 이런 사람에게 KS며 ISO에 대해 말하는 것이 낭비다. 남들이 뭐라 하건 대충 사이트며 프로그램 개발한 다음에 문제 생기면 책임 떠넘기고 변명하며 살아가는 인생으로 만족하겠다면 이 글의 내용 전부 무시해도 된다.

 

하지만 제대로 된 개발자, 발전하는 개발자가 될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왜 표준을 지켜야 하며, 표준과 비표준의 차이가 무엇이 있는지 명확하게 알아야 할 것이다. 또한 표준을 지키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표준설계를 안 따르는 설계, 표준설계도를 줬지만 표준설계도 무시하고 지은 집과 다리, 자동차도 있다. 하지만 이런 자동차와 집은 언젠가 불편과 불행을 준다.

성수대교며 삼풍백화점으로 인해 죽은 사람은 우리 국민의 일부에 불과하지만 일부라는 이유로 엉터리 집을 지어도 된다고 주장하지는 않을 것이다. 웹사이트며 웹 관련 프로그램 역시 표준설계에 따라 설계해야 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표준과 원칙을 지킬 때 더 많은 사람이 행복해지기 때문이다.

 

일부러 소수를 위해 특별하게 배려하는 것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하지만 최소한 표준대로 집을 짓고, 도로며 자동차를 만들어야 하는 것처럼, 표준만이라도 지키며 웹사이트를 개발하고 프로그램을 개발해주기를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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